
즐거운식탁 03




음식에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레 재료가 눈에 들어온다.
제철에 막 거둔 재료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다. 필요할 땐 농부님들과 직거래로 소량 주문하기도 하지만 직접 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그래서 시골로 이사 온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변 농가를 둘러보는 일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정성껏 농사를 짓는 이웃들이 많았다.
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딸기 농장이 있다. 지난 겨울 그곳에서 자주 딸기를 사다 먹었다. 막 수확한 딸기를 받아 돌아오는 길이면 차 안은 금세 진한 딸기 향으로 가득 찼다. 갓 딴 딸기의 맛과 향은 놀라울 만큼 선명했다.
딸기 다음으로는 토마토였다. 근처 토마토 농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즐거움이다. 소량을 살 때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숙토마토가 좋지만 넉넉히 살 때는 일부러 덜 익은 박스를 고른다. 익은 것부터 차례로 먹고 나머지는 그늘에서 천천히 후숙시킨 뒤 적당히 익으면 냉장 보관한다.
여름 토마토는 그대로 먹어도 훌륭하지만 익히거나 샐러드로 즐겨도 맛이 깊다. 토마토를 사오는 날이면 가장 먼저 만드는 것이 토마토 마리네이드다. 끓는 물에 칼집 낸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여기에 잘게 다진 적양파와 파프리카를 더한다.
드레싱의 핵심은 오일, 산미, 단맛의 균형이다. 내가 선호하는 비율은 2:1:1. 올리브오일에 레몬주스와 화이트화인 식초를 섞고 아는 농부님이 직접 양봉해 선물해 주신 꿀로 단맛을 더한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 좋아하는 허브를 더해 잘 섞은 뒤 냉장고에 차게 두었다가 사용한다.
마리네이드한 토마토는 그대로 먹어도 좋고 양상추나 루꼴라 위에 올려도 잘 어울린다. 특히 메밀국수와의 조합은 꼭 추천하고 싶다. 요즘은 시판 제품도 다양하니 한 번쯤 시도해 보길 권한다.
제철 토마토가 있는 식탁은 언제나 여름의 기쁨. 계절을 먹는 일은 곧 부지런히 계절을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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