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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식탁 01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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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내에게 의자 선물하기
3. 즐거운식탁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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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즐거운식탁 03

아내와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버섯과 고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버섯을 고를 거라고.
고기로 육수를 내거나 감칠맛을 끌어내는 요리 대부분은 사실 버섯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만큼 버섯은 풍미가 있고, 다양한 음식의 베이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당당히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파머스 마켓에서 송화버섯이 저렴하게 나와 1킬로그램을 사왔다. 송화버섯은 이름처럼 소나무 아래서 자란다. 숲의 향기를 품은 채 쫄깃한 살결을 지닌 이 버섯은 어디에 넣어도 조용히 제 몫을 다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한동안 냉장고에 두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을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 첫 번째 요리는 송화버섯 솥밥!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솥밥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 가리비 철이면 가리비 솥밥, 초당옥수수 철이면 초당옥수수 솥밥 등. 솥밥은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오롯이 담을 수 있어 좋다.

솥밥이 좋은 개인적인 이유 중 하나는 흰쌀로만 밥을 짓는다는 데 있다. 평소에는 건강을 생각해 현미나 잡곡을 섞지만 솥밥만큼은 백미로만 한다.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버섯은 먼저 먼지를 털어내고 밑둥을 잘라낸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뒤 기름에 살짝 볶는다. 어느 정도 색이 나기 시작하면 간장을 한 스푼 넣어 간을 한다.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굴소스를 약간 더해도 좋다.
버섯을 잘 볶아 둔 뒤에는 불려놓은 쌀을 냄비에 얹는다. 말린 버섯을 사용했다면 버섯을 불린 물을 밥물로 사용해도 좋다. 버섯 향이 더 깊어진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여 15분 정도 끓인다. 솥밥을 실패하지 않으려면, 끓기 시작할 때 물 양이 적당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약 5분을 남겨두고 다시 한 번 뚜껑을 열어 상태를 본다. 물이 너무 적다면 불을 줄이고 뜸들이는 시간을 늘려준다. 반대로 누룽지를 원한다면 마지막 1분 정도 불을 살짝 올려준다.

15분이 지나면 미리 볶아둔 버섯을 밥 위에 올려 뜸을 들인다. 이 시간 동안 버섯의 풍미가 밥알 하나하나에 퍼져나간다.

따로 양념장을 곁들이지 않는 이유는 버섯에 미리 간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뜸이 다 든 밥 위에 갈아둔 깨소금과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조심스레 섞는다. 볶을 때는 ‘버섯이 많다’ 싶었는데 막상 밥을 먹다 보면 ‘아, 좀 더 넣을 걸’ 싶어진다.

맛있는 솥밥을 어머니가 보내주신 알타리 김치와 곁들여 먹었다.
한 입 크게 떠먹은 아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합격입니다.”

다음엔 또 어떤 버섯 요리를 해볼까. 버섯 파스타? 아니면 바게트를 살짝 구워 버섯을 얹은 오픈 샌드위치? 제철의 맛은 오늘도 작은 고민을 불러온다. 즐거운 고민이다.

커피를 내립니다.
사진을 찍고 잡다한 걸 만들기도 합니다.
목회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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