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김치가 아주 비싸거든.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들은 자우어크라우트를 김치 대신 넣고 찌개를 끓여 먹어…

2025년 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소멸이 가까운 곳에 있다, 서희원」
이것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의 모습을 알려주는 소중한 편린이 된다. 그리고 이 시공간의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대의 이미지는 지금 여기의 한국인이 가진 삶의 정념을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봄에는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그리고 계절마다 문학과 지성사 「소설 보다」 시리즈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소설가들의 시선과 생각이 궁금해서 꾸준히 챙겨 읽는 편이다.
읽다 보면 내가 몰랐던 작가님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는데 이번에는 김지연 작가님.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주문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이 있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작년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은 사두고 아직 읽지 못했지만, 올해는 이주혜 작가님과 최진영 작가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책을 펼치는 마음이 유난히 더 기뻤다.
읽고 있는 책들이 내 안에서 서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오늘의 연결은 권여선 작가님의 「헛꽃」과 「채식주의자」 책방에서 진행하는 한강 작가님 독서 모임에서 채식주의자를 읽고 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래 밑줄 친 부분이 생각이 나서 공유했었다.
그렇다. 그녀는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되었다. 그녀는 다쳤고 그 누구도 그녀가 다쳤다는 것을 모르지만, 그녀가 행하는 고된 노동의 반복은 일종의 정형 행동이며 그 노동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녀의 상처가 절대적으로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p.148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 한 사람을 놓고, 그녀는 없는 사람이라고, 빼앗기는 사람이라고, 그녀의 소망과 욕망을 무시해도 된다고, 그녀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는 헛꽃일 뿐이라고, 그녀의 내부는 헛꽃 속처럼 텅 비어 있다고, 감히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참혹한 판단을 내려도 되는가. p.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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