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김치가 아주 비싸거든.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들은 자우어크라우트를 김치 대신 넣고 찌개를 끓여 먹어…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오늘 혹은 내일 지구에 소행성이 와서 부딪힌다고 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책방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거나 사랑하는 존재와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지 정도일 것이다. (커피도 마실 테야…) SF소설이나 영화 속 예측 가능한 소행성보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내 삶이 언제나 더 두렵게 느껴지지만 이런 위기를 상상할 때마다 내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을 사소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서늘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언젠가부터 내가 세계를 사랑하는 방식은 결국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나를 아끼고, 내 일상을 단단히 붙드는 것이 되었다. 주인공들이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주어진 일과 일상을 지키는 이야기가 그래서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이야기는 지긋지긋한 인간들을 욕하는 내게도 언제나 위로가 된다. 방금 읽은 책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마지막에 만난 작가의 말이 좋았다.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소년 소녀 진화론’도 읽어보고 싶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시간을 되돌려야 할까. 네가 이곳에 있게 하려면. 우리가 다른 아이들처럼 울고 떨며 마지막을 함께 준비하려면. 기숙사 우리 방에서 껴안고 한 번이라도 울 수 있게 하려면. 인간은 불가역적인 존재이므로 배우기 전으로,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세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에게 숨긴 두 가지 중 하나가 태어나지조차 않았더라면. 너와 내가 지구에서 울 수 있었더라면. 너와 내가 함께 있다면.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p.181
작가의 말
무슨 말을 보태야 할까요. 혐오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과 나에게. 그 혐오 속에서 우리가 서로 연대하고 사랑하는 일이,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의 방향을 비틀고 깎듯 예전보다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최선이라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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