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김치가 아주 비싸거든.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들은 자우어크라우트를 김치 대신 넣고 찌개를 끓여 먹어…

채식주의자
책이 출간된 2007년과 오늘 나 사이의 시차는 18년. 모임에서 함께 읽은 이가 감정을 이입하는 인물과 분노하는 내용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공감했으니까. 만약 이전의 나였다면 영혜의(그리고 인혜의) 삶에 진득하게 녹아 들러 붙어 있는 폭력과 고통을 이렇게까지 아프게 감각할 수 있었을까.
개정판에 새로 쓴 작가의 말에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책을‘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이라고 바꾸어 본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p.237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 내어 웃기까지 한다. p.247
바보같이.
세면대 앞에서 얼굴을 씻으며,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바보같이, 라고 되뇐다.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거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p.259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