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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의 편지

나경의 편지
1. 2024년 8월의 편지
2. 2024년 9월의 편지

안녕하세요.
제가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장마 기간이고요, 좋아하는 카페에 와서 당근 케이크와 커피를 앞에 두고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가 도착했을 때는 아마도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겠지요.

재정비를 시작하며 한 달을 계획했던 공사 기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졌어요. 긴 시간 동안 카페로 그리고 책방으로 다양하게 사용한 공간을 짧은 시간에 정리하려 한 것이 저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천천히 매일의 성실함으로 일했어요. 공간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기다려주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공간과 함께 재정비가 필요한 곳이 하나 더 있었어요.
2024년 상반기는 유난히 마음의 부침이 컸습니다. 일을 하며 다양한 모양의 고단함을 마주할 때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다그치기에 바빴어요. 그래서일까요. 외면했던 감정들이 마음 한쪽에 단단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지쳐 있었어요.
공간에서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낡은 곳을 보수하고, 정리하는 시간은 동시에 저의 상한 마음을 천천히 돌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공간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공간이 정리될 때마다 제 마음도 함께 정돈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책은 조금 멀리 두고, 쉬는 시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인 「길모어 걸스」를 자주 보았어요. 제철 과일도 부지런히 챙겨 먹었답니다. 초당 옥수수와 복숭아 그리고 수박을 만날 수 있는 이 계절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당신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있나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5년 전 대전으로 공간을 옮기며 개인적으로 작은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놀랍게도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어요. 그래서 한 해 동안 「나경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천천히 편지를 주고 받았답니다. 계절 수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책을 추천하고, 편지를 썼던 「나경의 식탁」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렇게 여전히 제게는 익숙하고 고마운 도구인 편지를 앞으로는 매달 전하려 합니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생각과 마음, 책방 일, 책을 읽고 만난 문장, 일기와 낙서… 그러니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속닥속닥 나누고 싶어요. 제가 쓰는 편지를 기다려주시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경 드림.

작은 삶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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